2024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주의 훼손을 저지하고, 국제 무질서 도래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하나, 실상은 국내문제에 집착한 나머지 오히려 혼란만을 야기하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역사학자이자, 국제정치학자인 하롤드 제임스(Harold James) 박사는 지난 1월 3일 시카고 신디케이트(Chicago Syndicate)에 위 주장을 담은 논단을 기고했다.
기고문에서 제임스 교수는 현직 대통령이자 민주당 후보인 82세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자 공화당 후보인 78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을 각각 제기하면서, 슈퍼 화요일(3월 5일)을 거쳐 7월에서 8월 사이에 확정될 2024년 미국 대선 향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첫째, 과거와 달리 서로 상대방의 약점만을 물고 늘어지는 일종의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 치킨 게임은 2명의 운전자가 각각 마주보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면서, ‘계속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핸들을 돌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임을 말한다. 선거는 게임이 아니다.
둘째, 전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가 불공정했다며, 만일 재선이 된다면 이전 트럼프 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정책을 구사하고 그동안 반트럼프 성향을 보인 인사와 기관에 보복(retribution)하겠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선언하고 있다.
미국 대선 역사에서 이와 같이 전임자를 비방하고, 현직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보복을 전제로 후보 경선에 들어간 경우는 없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민주주의를 선행적으로 집행하면서 권위주의 정권들을 독재(dictatorship) 정권이라고 비난한 사례와 별다른 점이 없는 모습이다.
셋째, 후보자들의 노령(senility)이다. 이들의 2024년 대선에 따른 차기 대통령의 노령화가 미국의 세계전략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독일 파울 폰 힌덴부르크(Paul von Hindenburg) 대통령이 노령을 이유로 아놀드 히틀러(Adolf Hitler)에 정권을 위임해 제2차 세계 대전 발발의 원인을 제공했고, 영국 총리 램지 맥도널드(James Ramsay MacDonald)가 대공황 당시에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여 대공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이는 단순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가끔 비틀거리는 것(doddery)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며, 세계 최강의 강대국 대통령으로서의 건강, 믿음, 신뢰에 대한 우려를 의미한다. 상기 2명의 사례와 같은 경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두 후보 모두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에 대해 매우 애매모호한 입장이다.
지난 3년간의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에 의한 경기침체를 회복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점에 중국을 마냥 적(敵)으로만 대할 수는 없으며, 미래지향적인 대중국 정책을 제시해야 할 시기라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그럼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양국 군사협력 채널을 재개시키기로 합의하는 등의 미중 관계가 해빙(thaw) 모멘텀을 보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두 후보는 당선 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 지에 대해서 매우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미국 내 표심은 변화하고 있으며, 미국 선거권자들은 서로의 약점만 파고드는 두 후보의 치킨 게임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 점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예비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예비후보는 과감하게 젊은 예비후보에게 대선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최근 공화당 니키 헤일리(Nikki Haley) 후보가 급부상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라며, 특히 공화당은 트럼프 전직 대통령에 편승해(bandwagon) 11월 대선을 이기려는 의도를 버려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 밖도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나, 아직도 지구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종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에 발생된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에 따른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점차 더 악화되고 있고, 수에즈 운하 불안정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은 국내문제가 외교안보 문제를 덮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 제임스 교수는 2024년 미국 대선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이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내용 출처 : Chicago Syndicate, January 3, 2024; The Korea JoongAng Daily, January 5-7, 2024, p. 9.
* 사진 설명 : 하롤드 제임스 미 프린스턴 대학교 역사학 및 국제정치학 교수
* 사진 출처 : Wikimedia Commons(CC BY-SA 4.0, Udowei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