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이하 전인대) 상임위원회는 중국 신임 국방부장(국방장관)에 전임(前任) 중국 해군 총사령관 둥쥔(董軍) 대장을 임명했다.
이는 전임 국방부장 리상푸(李尙福) 상장이 지난해 8월 29일 중국-아프리카 평화협력회의 참가 이후 공식 석상에서 사라지고, 지난해 10월 24일 전인대 상임위원회가 해임을 결정한 이후 2개월 만이다.
둥쥔 국방부장은 62세로서 1978년 중국 다롄 해군군관학교(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이후 수상함 장교로 복무했으며, 주로 북해함대사령부 부참모장, 동해함대사령부 부사령관, 중국 해군총부(해군본부) 참모장, 남부전구사령부 부사령관, 중국 해군총부 부사령관, 마지막으로 중국 해군 총사령관을 지냈다.
그는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남부전구사령부,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담당하는 동해함대사령부, 한반도 서해를 담당하고 러시아와의 해군 연합훈련을 주관하는 북해함대 사령부를 모두 거치면서, 중국 주변 해역에 대한 지휘역량과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2021년 9월부터 2023년 12월 28일까지 중국 해군총부 총사령관을 지내면서 남·동중국해, 대만해협 해상 및 공중에서 미 해·공군과의 대립과 충돌을 겪을 때, 이를 지휘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양국의 고위급 군사채널을 재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다양한 채널의 메커니즘을 재개하려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중국이 신임 국방장관에 처음으로 해군 대장을 임명해 관심을 받고 있다.
작년 12월 21일 미국 합참의장 찰스 브라운(General Charles Q. Brown, US Air Force) 공군 대장과 중국 당 중앙군사위원회(CMC) 총참모장 뤼전리(劉振立) 상장 간 화상 군사협력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양국 국방장관 간 회담을 실시할 것에 합의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 역사상 해군대장이 국방부장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며, 이러한 파격적인 군 고위급 인사에는 다음과 같은 함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첫째, 시진핑 주석의 군 반부패 운동 영향이다. 시진핑이 2023년 국가주석 직책의 3연임 시작을 맞이해 대대적인 군 부패 척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12일 국방부장으로 임명된 리상푸 상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장으로 재직시 비리혐의로 해임된 파급효과가 작용했다.
지난 12월 29일 중국 전인대 상임위원회는 리상푸 상장과 지난 7월에 숙청된 제1-2대 중국 로켓사령관 모두의 전인대 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둘째, 지난 11월 15일 이후 미국이 중국과의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기존 메커니즘 재개를 희망했던 효과다.
2022년 8월 2일 전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29시간 동안 방문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은 미국과의 모든 군사 협력 채널을 중단했다.
특히 2018년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Su-35형 전투기와 S-400형 대공/미사일 방어체계를 구매하자, 리상푸 당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을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는데, 중국은 오히려 지난해 3월 미국 제재 대상인 리상푸 상장을 국방부장으로 임명하면서 미국에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미국과 국방수장 간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 신임 국방부장 임명으로 미중 군사채널 재개에 물꼬를 텄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양국은 실무협의를 거쳐 올해 5∼6월경에 싱가포르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셋째, 현재 악화되고 있는 남·동중국해, 대만해협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둥쥔 제독이 국방부장에 임명됨에 따라, 양국 간 우발사태 방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 국방부장 역할은 주로 중국군의 군사외교와 대외 군사협력 등에 치중된다. 이에 따라, 미중 간 군사 신뢰구축 증진을 위한 군사회담이 개최되면 둥쥔 국방부장이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지난 12월 27일 시진핑이 왕원전(王文全)과 후장밍(胡中明)을 상장으로 진급시켜 각각 중국 남부전구사령부 정치위원과 해군 총사령관에 임명했다”면서, 둥쥔 제독이 국방부관으로 파격적으로 임명돼 주로 북해함대사령부에 근무한 잠수함 장교인 후장밍 제독이 후임 중국 해군 총사령관에 임명되는 행운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 출처 : CNN, December 29, 2023; Bloomberg, December 29, 2023; BBC, December 29, 2023; Wall Street Journal, December 30, 2023; The Guardian, December 31,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