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명예 총재인 리처드 하스(Richard N. Haass) 박사는 미국 시카고 신디케이트(Chicago Syndicate)에 2023년을 회고하고 2024년을 전망하는 특별 논문을 기고했다.
우선, 하스 박사는 2023년을 전쟁의 해로 평가했다.
첫째,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전역의 80%를 점령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해 정체된 상태다.
2023년 1월에 미국 등 서방국가가 자신감을 보이던 역공세는 지난해 12월까지 전선을 크게 변화시키지 못했으며, 이에 따른 서방 세계에서의 전쟁 피로감이 증가했다.
둘째,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은 이스라엘 정보 당국과 이스라엘 국방부를 당황할 정도의 충격을 줬다. 이번 테러 공격은 1,200명의 민간인 사망과 240명의 인질 사태를 발생시키는 근래에 보기 드문 국제테러였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군은 초기에는 공중 보복공격으로, 현재는 지상작전으로 가자지구 내 하마스 테러조직 제거를 위한 군사작전을 실시 중이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으로 현재 약 20만 명의 사망자와 약 200만 난민이 발생했다. 현재 3개월이 경과했으나,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대한 군사작전을 중단할 의향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마스를 완전히 없앤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중동 등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국가들이 휴전과 종전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며, 향후 이스라엘군이 주도하는 하마스 제거를 위한 가자지구 내 지상작전은 블록-대-블록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셋째, 미·중 군사경쟁이다. 다행히 지난해 2월 중국 스파이 풍선의 미국 공해 진입사건을 양측이 잘 마무리했으며, 긴 협의 끝에 지난해 11월 15일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양국 군사단위 간 우발사태 방지를 위한 각종 군사협력 메커니즘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중국은 남·동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팽팽한 군사적 대립을 했고, 중국이 러시아와의 군사적 연대를 과시했으며,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과 로켓을 제공하고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등의 변수가 나타났으나, 전체적인 틀을 흔들지는(shaky) 못했다.
넷째, 한·일 관계 개선이다. 이는 2023년에 가장 긍정적 현상으로, 한국이 일본에 과거를 뒤로 하고 미래지향적 모습을 보이면서 한·일 관계가 개선됐으며, 미국은 이를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주도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보인 글로벌 리더십은 2023년 한반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미 만이 아닌, 한·미·일과 지역 공동체가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긍정적 효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발전이다. 2023년은 인공지능이 과학기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인류 공동체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원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영국이 주도한 인공지능 통제를 위한 정상회담이 개최됐으나, 여전히 국가 간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다음으로 2024년은 다양한 안보 이슈가 출현하는 가운데 미·중 간 해빙으로 세계 번영을 위한 연착륙이 나타날 전망이다.
우선, 큰 변수가 없는 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지속될 전망이며, 유럽에서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피로감이 워싱턴과 유럽에 팽배한 가운데 3월 러시아 총선 이후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은 11월 미국 대선까지 이스라엘군이 주도하는 하마스 제거를 위한 군사작전이 단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나. 국제사회의 민간인 피해와 난민 발생 등의 우려로 전격적인 양상은 없을 것이다.
2024년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선거가 있어 국제 정치에서 국내 정치가 주는 변수로 인해 유동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 특히, 미국 대선에 따른 결과가 세계 정치, 군사, 경제 이슈만이 아닌, 지구 기후변화 대응, 인공지능 제도화, 글로벌 경제 침체기 극복, 인구 감소 대응 등의 사회구조적 이슈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2024년은 2개의 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중 간 다소의 해빙을 보이면서 글로벌 번영을 위한 연착륙(Prospects for a so-called soft landing appeared bright)이 기대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 내용 출처 : Chicago Syndicate, December 25, 2023; JooangAng Daily, December 27, 2023, p. 11.
* 사진 설명 : 리처드 하스(Richard N. Haass)
* 사진 출처 :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Flickr(PDM 1.0 DE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