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스파이 풍선(spy balloon)을 대만 영공에 진입시키고 있다. 이는 작년 2월 초 중국 내륙에서 올려 북태평양을 거쳐 미 본토 공해로 진입했다가 미 공군 F-22형 스텔스 전투기가 사일드와인드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시킨 스파이 풍선과 동일한 것이다.
지난 1월 6일과 7일 <뉴욕타임스>는 “최근 중국이 스파이 풍선을 대만에 보내고 있으며, 작년 12월 동안은 간헐적으로 보내다가 지난 1월 1일 이후부터는 매일 대만 영공으로 스파이 풍선을 진입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일에 즈음해 중국이 ‘하이브리드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 2022년 8월 2일 미국 전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29시간 대만 방문, 지난해 4월 5일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중남미 2개국 방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착해 미 의회 케빈 매카시 전임 하원의장과 만난 시기에 중국 동부 전구 사령부가 대대적인 대만해협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가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중국은 작년 2월 초 수 개의 스파이 풍선을 내륙에서 띄워 북태평양을 경유해 미국 본토 영공으로 진입시켰으며, 이에 따라 미국 토니 블링턴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최소됐고, 미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명령으로 미 공군 F-22형 스텔스 전투기가 스파이 풍선을 격추시킴으로써 미중 관계가 악화됐다.
당시 중국은 기후 관측용 민간 풍선이라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기후용 센서만이 아닌 각종 정찰용 센서가 탑재됐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이를 군사 정찰용 풍선이라 규정하고 중국을 비난했다.
작년 12월 18일 는 “1월 13일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에 중국이 군사적 압박을 가해 현 집권당인 민진당(DPP)이 재선되지 않도록 각종 심리전, 선동전, 법률전의 3전(三戰)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스파이 풍선을 대만 영공으로 진입시키는 것은 대만 선거권자에게 민진당이 재집권하면 중국과 대만 간 경제 및 무역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하이브리드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중국 스파이 풍선 중 3개가 대만 타이중(臺中)시 근교의 청천강(淸泉崗) 대만 공군기지로부터 약 195㎞∼295㎞ 상공을 지나는 행보를 보였으나, 이러한 중국 스파이 풍선의 대만 영공 진입에 대해 대만 국방부가 매우 애매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3일 는 “이러한 중국 스파이 풍선의 대만 영공 진입 양상이 지난해와 많이 달라지고 있으나, 이에 대해 대만 국방부는 사실 확인만 해줄 뿐이고, 구체적인 대응 계획과 중국 스파이 풍선 위협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고 있어 대만 언론 매체와 정치권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그동안 대만 국방부가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중국의 대만해협을 가로지르는 군사작전에 대응하는 데 집중했다”며, “중국 공군과 해군 군용기들이 대만해협 중간선(median line)을 넘고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규모로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만 공군의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켜 대응하는 것이 아닌, 대만 대공방어 감시체계에 의해 감시 및 추적만 한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주된 이유는 첫째, 과도한 예산 소요, 둘째, 과도한 전투기 출격으로 인한 피로도 방지, 셋째, 중국과의 강-대-강 국면 회피 등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부터 관측되기 시작한 중국 스파이 풍선의 대만 영공 진입은 일종의 중국과 대만 간 회색지대를 파고든 중국의 대만 국민에 대한 정치 심리전”이라면서 “대만 국방부가 이를 강력히 대응하기도 어렵고, 그냥 기후 관측용 민간 풍선이라고 넘기는 것도 위험해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중국의 정치 심리전에 대응하면서 이번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안보 이슈가 되지 않도록 고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1월 3일 예정된 총통 선거에서 각 정당들의 중국에 대한 입장이 선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에 자칫 대만 국방부가 발표를 잘못해 중국이 원하는 선거 결과가 나오는 경우 대만 국방부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8일 대만 은 “대만 안보 연구기관들도 극렬하게 상반된 입장을 제시하고 있어 대만 국방부가 더욱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궁극적으로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賴清德)가 당선되고 선거가 끝나자 중국이 대만 무력 침공론을 절제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그럼에도 대만해협에서의 훈련을 지속하고 있는 등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무력시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 : AP News, December 18, 2023; ABC News, January 3, 2023;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January 6-7, 2024, p. 3; Focus Taiwan, January 9,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