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KIMA

    북한 정면돌파전의 외교·군사적 의도
    저 자 김동엽
    출 처 32호
    발행 년도 2020년 10월
    주제 키워드 북한외교정면돌파전북미관계핵무력Tit for 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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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지난해 말 12월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열어 ‘정면돌파전’을 선포한지도 9개월여가 지났다. 북한은 남한의 중재로 2018년부터 이어온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잘못된 길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16년 36년 만에 개최한 제7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의 성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엄혹한 시절을 보내야 하는 원인을 미국과 남한에게 돌리고 ‘정면돌파전’ 선택의 명분과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자신들의 정책 오류와 모순을 덮고 있다. 또한, 현 북미상태를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규정하고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과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을 통한 돌파구 마련이 아닌 ‘정면돌파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정면돌파전은 단기적이고 가변적이라기보다 재제 지속 하 미국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전에 대비한 큰 그림이다.

        

    북한의 정면돌파전의 목표는 내부적인 인적 물적 힘을 토대로 농업을 주공으로 한 경제전선을 기본 전선으로 내세워 경제발전을 이루어 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중심의 정면돌파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외교적, 군사적으로 자주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공세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경제가 주 목적이고 외교와 군사는 이를 뒷받침하는 수단인 것처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과는 달리 북한은 미·중 갈등을 이용해 한미동맹을 와해하려는 외교적 정면돌파전과 핵무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재래식 군사력을 현대화하려는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실행하며 외교적·군사적 목적까지도 달성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자연재해로 인해 최소한으로 목표했던 경제개발 5개년 전략 성과 달성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경제 분야의 정면돌파전을 외교·군사 분야의 정면돌파전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2020년 후반기에도 군사적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중러 중심의 대외공세를 통한 외교적 정면돌파전

        

    우선 대외적으로 정면돌파전은 북미협상 틀을 탈피해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국제 연대를 통한 공세적 외교로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가 2019년 12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한 것으로도 북한의 의도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최근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북한 국가발전계획 간 전략적 결합을 시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발표될 북한의 발전전략이 폐쇄적인 경제개발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수준의 보편적 규범의 참여를 제시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 향후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만나 북미대화가 아닌 과거 6자 회담과도 차별화된 일본을 배제하거나 유엔 등 다른 국제사회의 참여를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다자협상틀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북핵문제 해결에 새로운 프로세스를 제공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참여 선택을 강요함으로서 한미관계나 한일관계 등을 흔들 수 있는 위협이자 도전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핵무력 강화와 재래식 무력의 현대화를 통한 군사적 정면돌파전

        

    북한의 정면돌파전이 단순히 경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북한 스스로 정면돌파전을 발표하면서 핵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자력갱생을 통해 제재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조건부 핵무기 보유국 전략’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정면돌파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전략무기까지 언급했다.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군사퍼레이드에 신형 ICBM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미대화 중단기간 중인 지금도 영변 핵시설(핵물질)과 동창리(위성발사, 엔진시험) 재활성화를 통해 핵무력의 질량적 증가를 도모하고 있어 북한의 핵 몸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하지 않고 명시적으로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선언하지는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북미대화 재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핵보유국 전략’을 취하고 있어, 향후 비핵화협상보다 핵군축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분야 정면돌파전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을 안심시키고 군권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자위력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핵무력 강화와 함께 일정 수준의 선택적 재래식 군사력의 현대화 사업도 정면돌파전의 중요한 목적이자 의도이다. 코로나와 수해 등으로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뜸하지만 이미 올해 들어 지난 3월에만 4번째 발사이고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협상이 불발된 이후 17차례나 쏘아 올렸다. 지난 3월 2일과 9일에 초대형방사포를, 21일에는 북한판 에이태킴스라고 불리는 신형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다. 3월 29일 발사는 국방과학원의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이었다고 보도했다.

        

    3월 2일과 3월 9일 동해안에서 화력타격훈련의 일환으로 여러 장사정포와 함께 초대형방사포를 발사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 했다. 초대형방사포가 이미 실전배치된 것이 아닌가하는 평가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 발사된 초대형방사포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나 에이태킴스처럼 풀업(pull-up) 특성까지는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사거리가 줄어든 대신 통상적인 탄도미사일의 궤적보다 낮은 고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은 대구경조종방사탄의 고도억제수평비행성능과 궤도변칙능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는 점에서 무관하지 않다. 그러다 다시 3월 29일 국방과학원이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실시했다고 보도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군수담당 리병철 부위원장이 “초대형방사포무기체계를 인민군부대들에 인도하는데서 나서는 관련문제들을 료해하고 국방과학연구부문과 군수공장들에 해당한 대책적 과업들을 주었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초대형방사포의 현재 상황을 예측해 볼 수 있다.

        

    리병철 부위원장의 언급을 바탕으로 초대형방사포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예상해 보면 북한군이 인수하기 전 국방과학원과 북한군이 함께 운용시험평가를 하는 단계로 보인다. 지난 해 4차례의 발사가 모두 개발자 시험평가였다면 올해 3월 2일과 9일 화력타격 훈련시 발사는 실제 작전환경에서 군이 함께 운용시험평가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실전배치에 따른 훈련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 지난 29일에 발사한 것이 이와 동일한 것이라면 북한군이 최종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성능을 확인하고 추가 수정·보완할 부분들을 제기하는 자리였을 것이다. 즉, 전투용 적합 판정 및 규격화 완료 후 개발 단계를 종료하고 양산배치 단계로 진입하기 직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3월 21일 시범사격한 북한판 에이태킴스의 경우에는 개발부서인 국방과학원이 김정은 위원장과 실제 운용자인 북한군 앞에서 개발자 시험평가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지난해 8월 10일(함흥, 400/48km), 8월 16일(통천, 230/30km) 두 차례 발사했다. 이번에는 5분 간격으로 2발을 연이어 내륙을 관통하는 발사를 통해 신형무기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했다. 이번 발사가 성공적이었다면 다음 단계인 군이 참여하는 운용시험평가로 넘어갈 것이다. 앞선 신형무기들처럼 북한군의 훈련과 함께 실시한다면 향후 북한군의 훈련 기간 중에 언제든지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무기개발 체계를 우리의 체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나 크게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일반적인 단계별 소요시간보다 북한은 대단히 단시간에 이루어낸다는 점이 특징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새로운 무기들이 아직 실전배치 전이라는 평가에 안심만 할 것은 아니다. 최근 선보인 전술유도무기 모두 기존 무기와 비교 시 사거리가 길어지면서 고도는 낮아지고 속도는 빨라졌다는 점, 유도 및 회피 기능을 통해 정확성과 생존성이 향상되었다는 점 그리고 모두 고체연료엔진에 이동식 발사차량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발사시간 단축과 발사원점의 다양화로 한·미 정보자산의 탐지 및 킬체인(선제타격)을 어렵게 하면서 미사일 방어체계까지도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이다. 마치 핵이 아닌 재래식 무기로 억지능력을 달성하기 위한 북한판 응징보복무기라는 점에서 마치 전갈의 꼬리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군사전략의 변화이자 북한판 국방개혁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이것이 북한의 정면돌파전의 군사적 의미이자 의도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북한이 말처럼 정면돌파전을 단순히 자력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1차 대의원회의 시정연설에서 ‘새로운 길’에 대해 대내적으로 자력갱생과 군사력 증강, 대외적으로 국제평화애호세력과의 연대를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언급한 ‘새로운 길’이 정면돌파전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정면돌파전의 목적과 영역은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와 군사 분야로 확장하여 해석해야하고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정면돌파전이 장기적으로 북미관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 있어 새판짜기라면 미 대선 이후에도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나 미국과의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이 없다면 북미관계와 연계하여 남북관계를 고민하는 것은 어리석은 길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짠 새판에 우리가 걸어 들어가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북한의 문제 제기나 도발에 대해 직접적으로 맞대응하는 것 역시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다. 담대하면서 우회적으로 대응하는 유연하고 우회적인 정교한 Tit for Tat 전략이 필요하다. 남북관계 성과에 연연하기에 앞서 현실적으로 국가이익 차원에서 우리가 우선 지켜나갈 수 있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선택해야 한다. 하고자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어렵다고 한다면 지금 우리가 잡아야 하고 잡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군사외교적인 정면돌파전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남북관계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원
    김동엽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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