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KIMA

    미·중 갈등과 우리의 대응 전략
    저 자 홍현익
    출 처 32호
    발행 년도 2020년 10월
    주제 키워드 미중갈등QUAD아태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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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이 소련과의 냉전을 끝낸 뒤 새로운 도전자로 중국을 지목해왔고,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해 사실상의 신냉전을 선포하고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포위·압박·견제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평화공존을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현 상태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근본적으로 중국이 미국이 바라는대로 변해야만 갈등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굳은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미·중 간 심각한 갈등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한반도이다. 탈냉전시대에도 분단된 남북한이 냉전적 대립과 갈등을 이어왔다.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은 2만8천5백명의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면서 남북관계와 한국의 대외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은 긴 국경을 공유한 북한과 적어도 형식상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이미 6·25전쟁에 참전해 한·미와 전쟁을 치렀고 북한 무역의 90% 이상과 한국 수출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즉, 미·중 모두 남북한 모두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안보 면에서 북핵문제의 해결이 남북한 관계와 한반도 안보 상황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북한이 한국을 따돌리면서 미국과의 담판으로만 이를 해결하려하므로 미국은 남북한 모두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각 한반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관여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끝없는 갈등과 대립을 벌이고 있으므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우리는 이 양국의 한반도 정책과 상호관계 변화를 예의 주시하여 현명한 대응책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중 갈등의 전개 과정과 양상을 살펴보고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대응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미·중 갈등: 전개 과정, 양상, 전망

     

    국공내전 이전부터 장제스의 국민당을 적극 지원해온 미국은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중국 대륙을 차지하자 아연실색했다. 6·25전쟁에서 양측은 치열하게 싸운 뒤 계속 적대관계를 이어갔으나, 1968년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은 1969년 7월 괌 독트린(Guam Doctrine)을 발표해 월남과 한국에서 철수와 감군을 단행한 뒤 실리적인 현실주의 노선에 따라 중국과 손을 잡고 소련을 견제했다. 그러나 소련이 해체되고 미국이 국제질서 운영에서 독주하자 1996년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고 대응했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동맹국과 우방국들을 동원해 중국을 봉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질서에 순응시키려 WTO 가입을 용인하는 등 회유하는 양면책을 구사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으면 과거 소련이나 일본처럼 주저앉히려 했다. 그런데 2008년 뉴욕발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하면서 오히려 중국이 세계경제 회복에 공헌하자 기회를 놓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태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채택해 아시아 배치 군사력을 강화하는 조치만 취했다.

     

    본격적인 미·중 갈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 활성화’를 제시한 뒤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4국 안보대화) 연합체 결성에 나서면서 본격화되었다. 일단 막대한 대중 교역 적자를 줄여야 한다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위안화 환율 현실화 압박을 가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기술 도입과정의 부적절성과 미국 기술 절취를 문제 삼으며,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관여하는 것을 중단하고 급기야 중국의 공산당 지배 체제를 바꾸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군사 안보 부문에서는 인공섬 구축 등으로 남중국해를 내해화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수시로 군함을 통과시켰다. 또 대만과의 관계를 늘리고 무기를 판매하면서 1970년 초 미·중 관계정상화의 조건이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렸다. 또 미국은 화웨이가 판매하는 장비에 남몰래 정보를 취합하는 장치를 심어놓아 안보를 저해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기술을 사용하는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할 경우 제재하는 조치를 2020년 9월 중순 시행에 들어갔다. 또 많은 미국인이 사용하는 인터넷 앱 틱톡에도 제재를 가해 결국 미국 기업인 오라클이 인수하도록 했다. 또 중국이 내정으로 간주하는 인권문제로 제재를 가했다.

     

    중국은 트럼프의 각종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 4,0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고 있으므로 정면 대응을 삼가면서 일단 미 대선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 19 확산으로 반중 정서가 커진 상황에서 트럼프가 대선을 겨냥해 중국 때리기를 더 강화하는 측면이 있음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이지 않고 오히려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하면서 중국의 사활적인 이익은 사수할 것임을 분명히 하며, 더구나 덩샤오핑의 유훈인 도광양회를 경시하고 ‘중국제조 2025’를 내세워 머지않아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능가하겠다고 나선 것은 전임자들이 최대 10년간 해온 집권 기간을 더 연장하기 위해 미국과의 정면 대립이 나쁘지 않다는 정치적 계산이 작동하기 때문일 수 있다. 미·중 갈등 고조가 양국의 현 최고 지도자들의 정치적 이해에 부합된다는 점이 섬뜩하다.

     

    어쨌든 미·중 간의 갈등은 구조적으로 패권 경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므로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미국의 대중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정부는 이 갈등이 향후 수십년간 더 진행될 것으로 보면서 한국의 대외전략을 구상하고 시행해야 할 것이다.

     

     

    미·중 갈등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

     

    미·중 갈등 심화는 여러 측면에서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먼저 한국의 국가전략 기조인 한미동맹과 한·중 협력을 병행해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 중국이 반발하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면 미국이 저지하고 나선다.

     

    또 한국의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정세의 불안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미·중이 대립하면 북·중 관계는 긴밀해질 가능성이 크고 북핵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지며 남북관계 정상화나 진전도 어려워진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기 때문에 일본의 극우정권이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나 독도문제, 강제징용자에 대한 배상 등에서 몰상식적이고 몰역사적인 태도를 취해도 강력하게 대응하는 데 부담이 큰 것도 부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은근히 일본을 두둔하는 것도 아쉽다.

     

    최근 상황을 돌아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초기에 북한이 비핵화를 소홀히 하자 대북 강경기조를 채택하면서 중국이 북한을 미국의 요구에 응하도록 압박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2017년 북한이 응하지 않고 오히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자 북·미 관계는 정면 대립으로 치달았다. 문재인 정부의 노력으로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것을 기회로 삼아 한국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주선했다. 그 결과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및 평화체제 수립을 교환하는 원칙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래도 북핵문제에 진전이 없자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영변 핵 폐기와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교환하는 합의를 얻어냈고,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1단계 합의가 이루어지는 듯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적 계산으로 갑자기 빅딜을 요구하고 김정은이 이를 거절해 결국 북핵문제는 다시 난관에 빠졌다.

     

    그 배경에 시진핑 주석의 개입이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중국이 북·미 간 타협 방법과 타협안을 제시하는 등 협상을 지원했지만, 이번에는 여러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김정은에게 강력한 후원을 제공해 결국 트럼프의 대북 압박이 작동하기 어려운 구도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중국과 공존 관계를 유지할 때는 중국이 북한에 제재도 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하라고 권유하는 게 합리적이었지만, 미국이 중국을 끝없이 압박하자 중국은 오히려 북한을 비호하면서 북·미 협상 타결이 어렵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향후에도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되려면 북·미 관계는 물론이고 남북관계와 미·중관계가 다 원만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합리적인 대응전략

     

    미·중 갈등이 한국의 국익 추구에 매우 불리한 구도를 형성하고 국가전략 수행을 어렵게 하므로 정부는 양 강대국이 화해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며 평화공존하는 것을 지원하는 대외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을 한미동맹의 가상 적(敵)으로 삼아야 한다고 종용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한미동맹을 해체하라고는 않지만 한국에 사드 배치 시 취한 태도를 보면 향후에 한국이 반중 움직임에 가담할 경우 더 큰 보복을 취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데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먼저 우리 수도권을 방어하는데 효용이 거의 없어 보수정부들조차 반대해왔던 사드(THAAD) 배치를 미국은 압박을 행사해 결국 시행했고,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막대한 손실을 보았는데 미국은 충분한 여력을 가지고도 막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국 역사 속에서도 유사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의 명·청 교체기에 명의 장수 모문룡이 군을 이끌고 조선에 들어와 청의 전신인 후금을 견제해 주겠다면서 평북 철산군 가도에 주둔했는데, 정작 후금이 정묘호란으로 공격해오자 구경만 했고, 이후에도 인조는 명과의 의리를 존중해 배금정책을 펼쳐 결국 병자호란을 초래했으며 청 태종에게 삼배구고두례라는 치욕을 당하고 청에 복속되었다. 오늘날의 명·청은 누구인지를 정확히 진단·예측하면서 자칫 한 측을 명확히 선택하는 것이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하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택일은 최대한 미루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정부는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따라 국제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전방위 협력을 증진하는 것을 한국의 외교정책 기조로 삼고 있음을 당당하게 밝히고, 한미동맹이 애초의 설립정신인 북한의 남침 억지를 위한 협력을 넘어 제3국을 가상 적으로 삼을 수는 없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다.

    위원
    홍현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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