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MA 정책연구

    핵무기의 기술적 접근 방향
    저 자 서균렬
    출 처 제1호
    발행 년도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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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삼위일체: 군사-정치-공학

     

    거대과학은 기술, 인원, 기관, 예산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과업이다. 국가 규모 재정지원을 전제로 해서 수행 가능한 연구로서 이를테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우주개발이 있다. 거대과학은 군사우위를 선점하고, 기간산업을 보육하고 경제발전을 견인하며, 국격상승을 도모한다. 군관산학이라는 유기적 구조를 갖는 것이 거대과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맨해튼 사업은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영국과 캐나다의 협조 아래 수행한 인류 최초의 핵무기 개발사업이다. 과거의 과학연구를 압도하는 전대미문의 과업이었다. 총 투자액은 당시 돈으로 20억 달러가 넘었고, 연구인력은 1만 명, 기능인력과 행정인력은 10만 명이 넘었다. 총책임자인 육군공병대의 그로브스 준장과 참모장교들에 의해 전반적으로 결정되었고, 오펜하이머 교수 등 극소수 과학자만이 이 계획의 전말을 알고 있었다. 맨해튼 사업은 현대 거대과학이 가지고 있는 특징, 즉 군사적 통제, 정치적 투자, 공학적 모험 등을 뚜렷이 보여준다. 군사-정치-공학 삼위일체였다. [1]

     

    1939년 8월 물리학자 실라르드는 독일보다 먼저 핵폭탄을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에 아인슈타인의 서명을 받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편지는 우라늄을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 개발과 강력한 폭탄 제조의 가능성을 담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이 건의를 받아들여 1941년 12월 원자탄 개발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S-1 과업’을 시작한다. 이후 ‘맨해튼 사업’으로 불리게 되는데, 참여 과학자들은 ‘히틀러보다 먼저’라는 생각으로 불철주야 핵폭탄 개발에 돌진했다.

     

    37세 공대 교수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맨해튼 사업은 1945년 초여름, 핵폭탄 3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우라늄탄은 ‘꼬마(Little Boy)’, 플루토늄탄은 ‘물건(Gadget)’과 ‘뚱보(Fat Man)’라는 이름이 붙었다. ‘꼬마’는 원통의 양 끝에 우라늄235를 떼어놓은 것이고, ‘뚱보’는 구형으로 만들어, 화약을 터뜨리면 흩어져있던 플루토늄이 한군데 모여 터지도록 했다. 당시 과학자 사이에서 ‘꼬마’는 루스벨트를, ‘뚱보’는 처칠을 가리켰다고도 한다.

     

    1945년 5월 오펜하이머, 페르미, 로렌스, 콤프턴 등 4명의 과학자는 만장일치로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하기로 한다. 핵폭탄은 죽음의 무기지만, 향후 더 많은 사람이 살상되는 것을 방지하고 역으로 전쟁을 끝내고 인류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였다.

    1945년 8월 6일 4.5t 원자탄 ‘꼬마’가 히로시마에 떨어졌다. 우라늄으로 만든 ‘꼬마’는 반경 3km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순식간에 8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금까지 히로시마 원폭 사망자는 20만 명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인구의 2/3에 해당한다. 플루토늄으로 만든 5t 짜리 ‘뚱보’는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져 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일본은 1945년 8월 15일 무조건 항복했고, 이로써 당시 2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 맨해튼 사업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 핵무기: 죽음이요 파괴의 화신

     

    방호수단도 없고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지 않으며 당사자는 물론 주변국과 미래 세대에까지 피해를 주는 핵무기는 다른 무기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더구나 미국이 이 엄청난 무기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리는 것을 목도하면서, 아인슈타인을 비롯 많은 과학자는 이성과 지혜에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세상이 예전과 다르게 나아갈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몇몇은 웃었고, 몇몇은 울었지만, 거의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비슈뉴는 왕자가 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그에게 감명을 주기 위해 여러 팔이 달린 형태를 취하고는 말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파괴의 신이 되었도다.’ 아마 우리 모두 어떤 식으로든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오펜하이머의 말이다.

     

    맨해튼 사업은 전체가 기밀이었다. 서른 군데에서 진행했는데, 미국 내 주요시설은 다음과 같다.

     

    • 오크리지: 테네시주 도시로, 사업 본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었고, 현재 국립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 리치랜드: 워싱턴주 도시로, 최초의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있었는데. 현재 폐로 중이다.

    • 로스 알라모스: 뉴멕시코주 도시로, 핵무기 설계공학과 연구개발의 산실이었는데. 당대 유명 과학자들이 많이 몰려 있었고, 전무후무한 노벨상 수상자들의 집합소이기도 했다. 현재도 연간 3조원 가까운 예산에 1만 명 넘는 직원이 있으며, 원전과 재료, 바이오, 에너지, 항공우주 등 미국 안보와 관련된 대부분 에 문제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 버클리: 캘리포니아주 도시로, 핵개발을 실현하기 위한 이론적 장소. 로렌스 주도하에 진행되었다. 입자가속기 사이클로트론은 우라늄 분리 및 핵분열에 필요한 새로운 입자 발견에 사용되었다. 덧붙여 플루토늄, 버클륨, 로렌슘, 캘리포늄 등 주기율표 92번 우라늄부터 106번 시보귬까지 발견되었다.

     

    가장 강력한 전쟁무기인 핵이 등장한 이후, 역설적으로 강대국끼리 전면전은 자취를 감추었다. 핵이 존재하는 한 적국을 공격하게 되면 자신도 멸망하게 되는, 전쟁을 시작하면 누구도 득을 볼 수 없는 ‘상호확증파괴(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가 대두되면서, 인류는 문명 자체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그 공포로 인해 세계대전 같은 전면적 전쟁이 종식되고 장기간 평화가 도래했다.

     

     

    3. 핵반응: 아임계, 임계, 초임계

     

    핵연료를 원자로에 넣고 태우면 1% 정도 플루토늄이 생긴다. 오래 태울수록 플루토늄이 많이 생기지만 플루토늄239의 비율이 240보다 낮아져 폭탄으로는 부적절해진다. 폭탄을 생산하기 위한 핵연료는 1년 이내로 태워 터지는 플루토늄239의 비율이 93% 이상 되도록 만드는데, 이를 무기급 플루토늄이라 한다. 상용 발전로에서 태우고 난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은 239 비율이 70%를 밑돌아 무기용으로 부족하다.

     

    연쇄반응은 핵분열성 물질의 크기, 모양, 순도, 및 주변 물질에 좌우된다. 만약 핵분열성 물질의 질량이 연쇄반응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이를 임계질량이라고 한다. 임계질량인지 아닌지를 나타내는 수치가 중성자 유효증배계수 k=n-l이다. 여기서 n은 매 핵분열 시 나오는 중성자의 평균 개수이며, l은 전체 계를 떠나거나 혹은 핵분열 외 물질에 붙잡혀 사라지는 중성자의 평균 개수이다.

     

    k가 1이면 임계, 1보다 작으면 아임계, 1보다 크면 초임계라고 한다. 원자탄은 핵분열성 물질의 아임계질량을 초임계질량으로 급격하게 바꿈으로써 작동하게 되며, 이러한 변화는 급속도로 연쇄반응을 촉진해 엄청난 열을 방출한다. 핵폭탄에선 아임계(k=0.9)로부터 초임계(k=2~3)로 급변하면서 각 중성자는 새로운 중성자를 만들어 내며, 연쇄반응은 더욱 급격해진다. 핵분열을 이용해 효율적 폭탄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충분한 열이 방출되도록 오랫동안 핵분열성 물질을 꽉 붙들어두는 것이다.

     

    폭발 이전의 핵무기는 아임계질량의 핵분열성 물질을 지니고 있다. 하나의 아임계 물질을 지니는 폭탄은 압축 과정을 통해 초임계 상태가 된다. 2개의 아임계 물질을 지니는 폭탄도 있다. 2개의 아임계 물질 중 하나는 질량이 적어서 아임계이며, 다른 하나는 부적절한 모양이기 때문에 아임계 상태다. 하지만 두 물질이 합쳐진다면, 이를테면 첫 번째 물질이 두 번째 물질의 구멍에 들어가서 완전한 형태의 초임계 상태가 된다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화두에 오른 저위력 핵무기의 경우 두 번째 물질도 질량이 부족해 아임계 상태일 수도 있다.

     

    효율적인 폭발을 위해, 핵분열성 물질은 초고속으로 최적의 초임계 상태에 놓여야 한다. 즉 너무 일찍 연쇄반응이 시작돼서는 안 된다. 이럴 때 물질은 연쇄반응에 의해 가열되고 팽창해 최적상태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매우 적은 물질만이 핵분열하게 되고, 효율 역시 극도로 떨어진다. 연쇄반응을 적절한 순간에 빠르게 시작하기 위해서 중성자 방아쇠가 사용된다.

     

    핵분열 무기에 적절한 동위원소는 높은 확률로 핵분열을 일으키면서, 핵분열 과정에서 중성자를 많이 생성하며, 또한 핵분열과 무관하게 중성자를 흡수하지 말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낮은 자발 핵분열 비율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위의 조건을 만족하는 주요한 동위원소는 우라늄235, 플루토늄239, 우라늄233이다.

     

    우라늄233은 토륨232에 중성자를 하나 쪼이면 베타선을 2번 내면서 프로탁티늄233을 거쳐 만들어진다. 토륨 1t은 우라늄 200t, 석탄 350만t에 상당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토륨은 납보다 흔한 금속으로 매장량은 우라늄의 4배에 달한다. 따라서 전체 전력생산량은 우라늄보다 800배 많다. 세계 토륨 비축량은 최소 1만 년 동안 지구에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 몇 가지 기술문제만 해결하면 핵융합과 함께 재생가능 핵분열 에너지 원이다.

     

    ‘로스 알라모스 입문’은 맨해튼 사업의 극비 연구소 로스 알라모스에서 신입 과학기술자를 가르친 핵무기의 원칙에 관한 1943년 4월 5–14일 다섯 강의를 요약한 소책자다. 짧지만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쓴 소중한 자료로 이제 인터넷에도 공개되어 있는데, 아래와 같이 들어간다. [2] “이 사업의 목적은 핵분열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진 하나 이상의 물질에서 빠른 중성자 연쇄반응을 통해 에너지가 방출되는 폭탄의 형태로 실용적 군사무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입문서는 우라늄235 또는 플루토늄239가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임계질량’을 조립할 수 있는 여러 가능한 방법을 제시했는데, ‘포신형’이 가장 간단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폭형’에 대한 원시적 설계 개념도 담겨 있었다.

     

     

    4. 원자탄: 우라늄과 플루토늄

     

    한국 과학자 몇이 2000년 초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 실험에 성공했다. 지난 2004년 9월 발생한 이른바 ‘남핵’ 파동 당시 “일부 과학자가 가돌리늄이라는 물질을 분리하려다가 호기심에서 우라늄 농축을 같이했을 뿐”이라는 정부의 공식 해명과는 다소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실험한 우라늄 농축도는 10%로 알려졌지만, 실제 과학자들은 3차례 연거푸 우라늄235 고농축 실험에 성공,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료 확보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라늄이 핵분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엄청난 열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자로와 원자탄은 작동 원리가 같지만, 발전용이냐 폭탄용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우라늄 농축과 제어봉 사용에 달려 있다.

     

    지구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천연 우라늄 원석에는 핵분열하는 우라늄235가 0.7%, 핵분열하기 힘든 우라늄238이 99.3% 들어있다. 발전이나 폭탄에 필요한 출력을 내기 위해서는 우라늄235를 모아야 하는데, 바로 이 과정이 농축이다. 원자로는 핵반응을 천천히 일어나게 하지만, 원자탄은 핵반응을 급격히 일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라늄235를 3~5%로 저농축시킨 원자로에 비해 순간적으로 위력을 내야 하는 원자탄은 우라늄235가 90% 이상 농축된 것을 사용한다.

     

    저급기술로 원자탄 1기를 만들려면 우라늄235가 25kg 정도 필요하다. 천연 우라늄 3.5t이 들어간다. 레이저농축은 기체확산법과 같이 막대한 전기를 소모하지 않으며, 원심분리법의 우라늄 낭비도 없다. 막대한 시설이나 공장부지도 필요 없다. 2시간 단위로 주기가 계속되며, 25kg 얻는데 30만 초, 즉 사흘 반밖에 안 걸린다. 이는 지하시설에서 손쉽게 원자탄을 만들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최신기술을 적용하면 75,000초, 즉 21시간 만에 농축 우라늄 5kg을 얻고, 나가사키급 20kt 원자탄을 만들 수 있다. 플루토늄과 달리, 우라늄 농축에는 원자로도 필요 없다. 레이저농축은 천연 우라늄에 레이저를 쏘아 이온화된 우라늄235를 전자기장을 걸어 가루로 모으는 방식이다.

     

    열화, 또는 감손 우라늄은 천연 우라늄 가공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우라늄235가 40% 정도 적다. 열화 우라늄을 주성분으로 만든 탄환을 미국 아브람스 탱크의 120mm 포로 발사하면, 탱크나 콘크리트 참호가 파괴될 정도의 위력을 지닌다. 고밀도라 목표물 관통 시 날카로워진다.

     

    600도 넘는 고온에서 충격으로 발화하는 특성 때문에 장갑체 투과체로 사용된다. 또한, 탱크 장갑체로도 쓰인다. 천연 우라늄과 마찬가지로 화학적 독성이 크며, 흡입 또는 섭취되었을 때, 신장(腎臟)에 영향을 준다. 걸프전 이후 열화 우라늄의 독성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우라늄235 농축을 위해서는 우선 천연 우라늄을 잘게 부순 뒤 화학처리해 육불화우라늄(UF6)을 만든다. 이때 만들어진 우라늄 분말은 노란색을 띠고 있어 ‘노랑 가루(yellow cake)’라고 부르기도 한다. 농축을 위해서는 기체확산법, 원심분리법, 레이저분리법, 화학교환법, 전기분리법 등이 있는데, 북한은 원심분리법을 사용하고 있다.

     

    고속회전과 마찰에 견디기 위해 알루미늄이나 티타늄 합금으로 만든 원통에 UF6 기체를 넣고 분당 5만 회 정도 돌리면 238에 비해 좀 가벼운 235는 통 안쪽으로 모이는 원리를 이용한다. 북한 기술의 경우 우라늄탄 1기를 만들기 위해선 고농축 우라늄이 25㎏ 정도 필요하다. 이 정도 농축 우라늄을 얻기 위해서는 2m 길이 원심분리기 2,500개가 1년간 돌아가야 한다.

     

    우라늄탄과 비교해 플루토늄탄은 제조과정은 물론 폭발구조도 복잡하다. 또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자로 설비와 재처리 시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되기 쉽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루토늄탄이 핵무기로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핵실험이라는 과정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국제사회의 통제는 필연적이다.

     

    원자로에서는 저농축이나 천연 우라늄을 사용해 우라늄238에 중성자를 맞추면 아래와 같은 핵반응이 일어난다.

     

    92U238 + 0n1 → 92U239* → 93Np239 + -1β0 → 94Pu239 +-1β0

     

    여기서 92U239*는 불안정한 우라늄239 복합핵, 93Np239는 넵투늄239, 94Pu239는 플루토늄239, -1β0는 음전하를 띤 베타선인데 이 과정에서 중성자 하나가 양성자로 바뀌면서 원자번호가 하나씩 는다.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239를 걸러내는 작업이 재처리다. 일반적인 재처리 방법은 사용후핵연료를 잘게 부숴 질산으로 녹인 다음 타고 남은 우라늄과 새로 만들어진 플루토늄을 분리해 내는 ‘퓨렉스’ 방식을 따른다.

     

    플루토늄은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투명 납유리로 방을 만들어 내부를 보면서 원격조종장치로 작업할 수 있도록 한 차폐장치나 벽에 구멍을 뚫고 차폐장갑을 붙여 외부에서 내부를 보면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한 특수시설과 차폐장비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93% 이상 고순도의 플루토늄239를 얻게 된다.

     

    우라늄에서 플루토늄을 만드는 처음 실험에서 단지 0.5μg을 얻었는데, 여기에 저속중성자를 쪼이면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1943년에는 삼불화플루토늄(PuF3)을 환원시켜 처음으로 금속 플루토늄 알갱이를 조금 얻었으며, 이후 맨해튼 사업이 수행되면서, 1945년에는 3기의 폭탄을 만드는데 충분한 양인 수십kg이 미국에서 확보되었다. 1945년 7월 16일에는 6kg의 플루토늄을 사용해 인류 최초 원자탄 ‘물건’이 ‘삼위일체’ 실험에서 폭발 성공했다.

     

     

    5. 수소탄: 수소와 리튬

     

    핵융합에 필요한 삼중수소(T)는 무척 구하기 어렵다. 1993년 일본이 핵융합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삼중수소 10g을 1억 엔, 우리 돈 11억 원에 수입해왔다고 하며, 지금도 삼중수소는 1g에 2,500만 원이 넘는다. 도대체 삼중수소가 무엇이기에 핵융합에 없어서는 안 되는가?

     

    삼중수소는 수소보다 3배 무겁다. 보통의 수소는 양성자와 전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삼중수소원자는 여기에 중성자가 2개 더 있다. 삼중수소는 방사선을 내기 때문에 그 양이 절반이 되는 반감기 12년이 지나면 아래와 같이 헬륨3으로 바뀐다. 즉, 삼중수소의 중성자 하나가 베타선을 내며 양성자로 바뀌면서 헬륨이 되는 것이다.

     

    1H3 → 2He3 + -1β0

     

    삼중수소는 한동안 방사성폐기물에 불과했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곳은 핵융합이다. 중수소(D)-삼중수소, 즉 D-T 결합은 상대적으로 저온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실용적이다. 삼중수소는 베타선을 방출하며 12년이면 절반으로 줄어들어 주기적으로 재충전해야 한다.

     

    핵융합로에서는 ‘담요’라는 장치로 삼중수소를 만들어 낸다. ‘담요’에 함유된 리튬은 핵융합로에서 중성자와 만나면 아래 식과 같이 삼중수소와 헬륨으로 바뀐다. 바닷물에는 리튬이 2,300억t이나 녹아있으니 앞으로 1,500만 년 쓸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3Li6 + 0n1 → 1H3 + 2He4 + △E (=4.8MeV, 1MeV=1.60218×10-13J)

     

    중수소 또한 바닷물 전기분해로 얻을 수 있다. 바닷물 1L에는 0.03g의 중수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지구 표면 3/4이 바다이므로 중수소도 무한정 얻을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추축군이 수력발전소에서 비료의 부산물로 나온 중수를 독일로 빼돌려 핵개발에 사용할 계획임을 알아차렸다. 영국군은 노르웨이 저항군과 손잡고 중수의 독일 반입을 막기 위한 작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노르웨이 60MW급, 즉 6만kW급 베모르크 수력발전소에 공습이 단행됐다.

     

     

    6. 원자탄: 포신형과 내폭형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우라늄탄은 ‘포신형’이라고 한다. 폭탄 내 한구석에 혼자서는 임계를 이룰 수 없는 양과 모양의 우라늄 금속을 놓고 맞은편에 이 우라늄과 합쳐지면 임계를 넘어갈 만큼 우라늄을 놓는다. 우라늄의 뒤쪽엔 폭약이 장착되어 있다. 폭약이 터지면서 앞에 있는 우라늄을 반대 쪽 우라늄으로 쏘아 합쳐지게 함으로써 우라늄의 양이 핵임계를 이루어, 우라늄탄이 터지는 것이다. [3]

     

    반면에 플루토늄탄은 공처럼 만든 플루토늄 외부를 고폭탄으로 둘러싼다. 그리고 고폭탄을 터뜨려 플루토늄 공을 압축시킴으로써 핵임계를 일으킨다. 이는 폭발력을 안쪽으로 향하게 한다고 해서 ‘내폭형’이라고 한다.

     

    플루토늄은 강하게 압축될수록 밀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핵반응의 횟수도 많아져 더욱 강한 폭발력을 얻을 수 있다. 플루토늄을 둘러싼 고폭탄은 마치 축구공 표면처럼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따라서 100만분의 1초 내 정밀도로 동시에 터뜨려야 한다.

     

    100만분의 1초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터지지 않는 플루토늄240에서 나오는 중성자가 제대로 핵폭발하기 전에 핵분열을 일으켜, 폭발을 부분 성공이나 부분 실패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터지지 않는 플루토늄이 핵분열하기 전에 전체 폭발을 유도하려면 100만분의 1초 안에 핵임계에 이르게 해야 한다.

     

    플루토늄탄을 포신형으로 만들면 폭발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 제대로 된 폭발력을 얻기 힘들다. 플루토늄은 가만히 있어도 알파선을 내면서 붕괴한다. 붕괴하면서 다른 물질로 변하는데 변하는 양이 많아지면 위력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 따라서 플루토늄은 우라늄보다 더욱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붕괴하면서 열을 내고, 열을 받은 플루토늄은 금속의 상이 변하여 폭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냉각시켜야 한다. 플루토늄탄은 설계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플루토늄탄을 개발한 나라는 성능검증을 위해 실험을 해야 하는데, 미국 등은 실험하지 않고도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우라늄탄이든 플루토늄탄이든 임계에 도달하는 순간 폭발하게 하려면, 많은 중성자를 공급해야 한다. 우라늄탄은 합쳐지는 순간에 중성자를 발생하는 폴로늄과 베릴륨을 떨어뜨려 놓았다가 폭발 순간에 합쳐지도록 만들어 사용한다.

     

    플루토늄탄에도 유사한 동위원소를 사용하지만, 더 짧은 순간에 중성자 발생이 가능하도록 좀 더 정밀한 전기장치로 가속하여 소규모 핵반응을 일으켜 다량의 중성자를 얻는 장치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전기장치는 일종의 소형 가속기로 삼중수소를 먹인 티타늄 표적에 10만V 이상으로 가속한 중수소핵을 때려 핵융합과 함께 다량의 중성자를 방출한다.

     

    히로시마 원자탄 ‘꼬마’는 80% 농축 우라늄 64kg, 즉 우라늄235 51kg을 지니고 있었지만, 최소 임계질량은 25kg이며, 이는 내폭형 15kg에 비해서 많다. 기술이 발전하면 포신형을 더는 쓰지 않는다. 하지만 초창기엔 복잡한 공학기술이나 제조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포신형이 매우 중요하다. 충분히 농축된 우라늄만 있다면, 상대적으로 기술수준이 낮은 국가나 단체도 비록 비효율적이지만 여전히 강한 포신형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 ‘꼬마’를 제작한 과학자들은 성공 가능성을 신뢰한 나머지 사용 전 핵실험을 거치지도 않았다.

     

    포신형보다 어렵지만, 많은 면에서 우수한 결합 방식이 바로 내폭형이다. 내폭형이란 아임계질량을 지닌 핵분열성 물질 주변을 화약으로 둘러싸 안쪽으로 폭발시킴으로써 핵분열성 물질을 매우 빠르게 압축시켜서 초임계로 만드는 형태이다. 이때 부피는 1/2~1/5로 줄어든다.

     

    플루토늄239를 결합하는 경우 1%밖에 안 되는 불순물 플루토늄240이 자발 핵분열로부터 너무 많은 중성자를 생성하므로, 포신형의 경우는 완전히 조립되기 이전에 핵분열을 시작해버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포신형은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즉, 플루토늄탄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보다 어려운 내폭형을 사용해야 하며,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뚱보’가 바로 이러한 방식이다.

     

    자발 핵분열이라는 문제점을 제외하더라도 내폭형은 일반적으로 포신형보다 높은 효율성을 지닌다. 내폭형이 보다 효율적인 이유는 2개의 질량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질량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며, 밀도의 증가는 연쇄반응의 중성자 증배계수 k를 늘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현대의 대부분 핵탄는 폭약 가운데에 밀도가 낮은 플루토늄 공극체를 지니며 폭발 시 압축된다.

     

    공극체를 1/2로 압축하면 10~20kt, 1/3로 압축하면 40-45kt, 1/4로 압축하면 60~80kt, 1/5로 압축하면 80~100kt의 위력을 낼 수 있다. 1/5로 압축하려면 강력한 렌즈가 필요하다. 공극체가 정확하게 압축되려면 공극체와 폭발 렌즈를 정밀 설계, 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압연기는 대단히 정교해서, 안경 렌즈의 매끄러운 표면도 제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완전 구가 아니고 무등산 수박같이 갸름한 공극체도 사용한다.

     

    플루토늄을 주조해서 가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 이는 독성뿐 아니라 다양한 다양한 금속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플루토늄은 식어감에 따라 상이 자주 바뀌어 형체를 뒤틀리게 한다. 이러한 상변화는 일반적으로 갈륨을 혼합함으로써 해결한다. 갈륨은 낮은 중성자 흡수 단면적을 지니며, 플루토늄이 부식되는 것을 막아준다. 단점으로는 갈륨 화합물 역시 부식성을 지니며, 만약 플루토늄이 폐기된 핵무기로부터 추출되어 원자로에 쓰이기 위해 플루토늄 산화물 형태로 변경될 때 갈륨을 없애기가 쉽지 않다. 현대의 공극체는 종종 플루토늄239와 우라늄235 혼합물로 이루어진다.

     

    결집체는 핵분열성 물질을 감싸면서 폭발 시 좀더 효율적으로 압축되도록 한다. 주변을 폭발물로 채워 놓고는 단순히 여러 곳에서 동시에 폭발시킨다고 효과적인 핵폭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충격파를 정밀하게 계산해서 충격파가 발산하지 않고 공극체를 향해서 완전한 구를 이루면서 중심에 수렴해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충격파는 폭발 렌즈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이는 상이 속도를 지니는 폭발물로 구성되어 폭발면이 완전한 구형을 이루면서 수렴하도록 해준다.

     

    폭발 렌즈는 폭발면의 속도를 정확하게 제어하기 위해, 정밀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화학적으로 순수하고 균일해야만 한다. 이러한 렌즈를 주조하고 실험하는 것은 1940년대 내폭형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기술적 난제였다. 또한, 전자뇌관이 필요했는데, 이는 동시폭발 장치로, 각 렌즈의 중심에서 1,000만분의 1초 이내 폭발이 시작되도록 한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뚱보’는 32개의 렌즈를 사용해서 정이십면체를 이루었으며, 이후 보다 효율적인 폭탄은 40, 60, 72, 92개의 렌즈를 사용한다.

     

    포신형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고로 임계에 이를 수 있는 질량, 형태의 핵분열 물질을 갖고 있는다는 것만으로도 위험하다. 게다가 핵무기가 바다로 떨어진다면, 바닷물이 중성자 감속재로 작용해 폭발은 아니더라도 용융과 함께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내폭형에서는 일어나기 힘든데, 기본적으로 정확한 렌즈 폭발이 없이는 임계질량에 결코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폭형은 공극체를 아예 제거한 채로 보존하며, 투발 과정에서 조립하게 되므로 오류가 발생해 폭발 렌즈가 동시에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핵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7. 수소탄: 증강형과 관성형

     

    핵융합을 이용하는 핵무기는 핵분열만을 이용하는 핵무기에 비해 엄청나게 큰 폭발력을 얻을 수 있다. 이는 핵융합이 매 반응마다 핵분열에 비해 더욱 거대한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며, 핵융합 자체가 추가 중성자원으로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방출이 높다는 것 외에도 핵융합 연료로 사용되는 원소가 가볍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해서, 막강한 폭발력을 지니면서도 여전히 운반이 용이한 핵무기 설계를 가능하게 해준다. [4]

     

    핵융합에 필요한 초고온과 밀도는 원자탄의 핵분열을 통해 조성할 수 있다. 소위 원자탄을 이용한 ‘증강형’이다. 순수 수소탄은 초기에 핵분열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설계이며, 현재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의 일부로 레이저를 이용한 ‘관성형’을 개발하고 있다.

     

    핵융합을 사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D-T 혼합물을 내폭형 플루토늄 공극체 내부에 넣어두는 것이다. 이 경우 중성자 방아쇠가 공극체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공극체 바깥에 있어야 한다. 연쇄반응이 핵융합 연료를 충분한 압력으로 누른다면, D-T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며, 대량의 고에너지 중성자가 주변의 핵분열 물질로 방출되게 된다. 이러한 중성자는 핵분열 물질을 보다 빨리 분열시키며, 공극체가 해체되기 이전에 보다 많은 양이 소모되도록 해준다.

     

    이렇게 핵융합을 통해 핵분열을 촉진하는 것을 핵융합 증강이라고 하며, 핵융합 증강을 이용하면 순수 원자탄의 효율은 2배, 즉 20%에서 40%로 올라가는데, 반면 장치의 크기나 무게는 얼마 증가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핵융합을 통해 방출되는 에너지는 핵분열로부터 얻는 에너지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핵융합은 대개 추가 중성자를 공급함으로써 핵분열 효율성을 늘리는 역할만 한다.

     

    증강은 일반적으로 핵무장 단계에서 기체 형태의 D-T 혼합물을 바깥 저장고로부터 공극체로 주입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삼중수소는 12.3년의 짧은 반감기를 가지고 있고, 매우 비싸며, 우라늄이나 플루토늄과 화학 반응성이 매우 높다. 폭탄 외부의 삼중수소 저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폭탄을 분해할 필요 없이, 삼중수소로부터 생겨난 헬륨4 찌꺼기를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론적으로, 고체 수소화물이나 액체형태의 D-T를 사용할 수도 있으나, 기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핵융합 증강은 두 가지의 이점을 제공한다. 첫째, 무기를 훨씬 작고 가볍게 하고, 또한 같은 폭발력에 대해 핵분열성 물질을 적게 사용하여 제작하고 운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점은 핵융합 증강은 핵무기를 방사선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1950년대 중반, 플루토늄 공극체가 주변 핵폭발로부터 발생한 강력한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실제 폭발 이전에도 부분적으로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전자장비도 손상되고 오동작할 수 있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방사선 간섭은 효과적인 조기경보 레이다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난제였는데, 이는 적이 선제공격을 하게 되면, 자국의 핵무기가 모두 쓸모없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증강기법은 핵무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방사선 간섭에 쉽게 영향받을 만한 양 밑으로 줄여준다.

     

    수소탄, 즉 다단계 열핵무기는 핵융합 연료에 점화하기 위해 원자탄을 사용한다. 점점 더 큰 위력을 얻기 위해 서로 다른 무기를 연쇄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단계’라고 한다. 텔러와 울람은 1951년 현재 미국에서 텔러-울람 설계로 알려진 다단계 폭발의 창시자다. 소련의 사하로프 역시 독립적으로 1955년 이른바 ‘3번째 생각’이라고 명명한 같은 답에 도달하였다.

     

     

    8. 최종병기: 다단계 수소탄

     

    다단계 수소탄에서 2차 핵융합 단계는 1차 핵분열 단계에서 발생하는 엑스선에 의해 압축됨으로써 시작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이른바 ‘방사내폭’이라고 한다.

     

    1차 핵분열탄은 탄두 끝부분에 위치한다. 폭발 시 핵분열탄은 엑스선을 광속으로 뿜어낸다. 탄두 외피는 무거운 금속으로 만들어지며, 따라서 엑스선 반사재의 역할을 하므로, 엑스선은 탄두 외피에 반사되게 된다. 엑스선은 반사되면서 2차 폭탄을 감싸는 매질을 자극하는데, 2차 폭탄은 천연 우라늄으로 둘러싸인 원통이나 구형의 중수화리튬이 핵연료다. 엑스선은 탄두 내부를 채우고 있는 펜탄이 포함된 발포 폴리스티렌을 가열하여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며, 또한 2차 폭탄을 감싸는 외피를 강력한 힘으로 안쪽을 향해 폭발시킨다.

     

    2차 폭탄 내부에는, 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으로 이루어진 ‘점화장치’가 존재하는데, 2차 폭탄 외피의 강력한 내파로 인해 스스로 핵분열을 시작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2차 폭탄 내부의 핵융합 연료가 압축되고, 또한 새로이 시작한 핵분열로 인한 고온으로 말미암아, 중수소는 헬륨으로 융합되기 시작하고, 막대한 중성자를 방출하게 된다. 중성자는 리튬을 삼중수소로 변화시키며, 이후 핵융합을 일으키고, 다량의 감마선과 더 많은 중성자를 발생시킨다.

     

    잉여 중성자는 외피와 엑스선 반사재로 사용되는 우라늄238마저 핵분열시키며, 폭발력을 높이게 된다. 이러한 마지막 핵분열 효과는 폭탄의 위력을 엄청나게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핵분열로 인한 방사성 낙진 또한 극도로 증가시킨다. 납이나 텅스텐 같은 비핵분열성 물질이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핵분열성 물질 대신 사용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폭발력과 낙진량이 줄어들게 된다. 수소탄의 변형으로 코발트탄과 중성자탄이 있다.

     

    코발트탄은 수소탄 외곽을 우라늄238 대신 코발트59로 감싼 것이다. 핵융합에서 나온 중성자를 받아 코발트60으로 바뀌는데 반감기가 5.2년으로 베타붕괴와 함께 강한 감마선을 방출한다. 일명 ‘더러운 폭탄’이라고도 한다.

     

    중성자탄은 수소탄의 기폭제인 원자탄을 화학탄으로 바꾸고 주위를 감싸고 있는 우라늄238을 없애 방사선 대신투과력이 아주 높은 중성자만을 대량 방출하게 하여 건물 내 인명 살상을 극대화한 폭탄이다.

     

    중성자탄에 이어 방사능을 감소시킨 폭탄도 있다. 핵폭발 시 고열, 폭풍, 방사능 중 고열과 폭풍을 강화한 폭탄으로 모든 건물, 무기, 인명을 완파시키는데 반해 방사능을 최소화한 것으로, ’깨끗한 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핵반응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자기파로 지상의 모든 전자기기 내부 회로를 태워버리는 전자(電磁)탄도 있다. 특수차폐막만이 전자파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전자파 공격을 받은 회로는 전소되기 때문에 복구할 수 없다. 단 한 번의 전자탄 공격으로 현대문명을 순식간에 석기시대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상당 부분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북한이 7차 핵실험 한다면 태평양 성층권에서 핵융합을 이용한 전차탄이 될 수도 있다.

     

     

    9. 대한민국: 자위적, 공개적, 한시적 핵무장

     

    우리보다 수십 년 뒤진 북한의 과학기술로도 가능한 것이며, 75년 전 미국이 만들었고, 지금은 공과대학생도 원료와 자금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는 핵무기를 세계 굴지의 원자력 강대국 한국이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만에 하나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물리학 공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치학 수식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이제 한반도 주변국들은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안 된다는 국제정치학적 근거를 잃어버렸다. 반면 한국은 독자적, 공개적, 한시적 핵무장을 고려해야 할 지정학적 근거들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 쌓인 사용후 핵연료가 15,000t, 이 중 ‘무기급’ 플루토늄이 100t이라고 하고, 5㎏으로 1발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핵무기 2만 발을 가질 수 있다. 플루토늄이 순도 90%가 되려면 원자로 가동 1년 이내의 것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3년 가동이 원칙이기에 순도가 70%를 밑돌 거라고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 굴지의 원전 대국으로 기술이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쉽게 풀어낼 수 있다.

     

    충북에는 국가적 비상시에 대비한 우라늄광이 존재하며, 제련과 정련에 필요한 설비만 갖추면 된다. 대전, 금산, 옥천 등에 우라늄이 매장되어 있다. 품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위급 시 캐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비전략 핵탄두는 미국과의 사거리 지침에 묶여 있지만, 실전배치만 못 할 뿐 원거리 미사일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인력이 다소 문제인데 물샐 틈 없는 군대조직을 만들어 총사령탑을 세우고 국방·기계·전기·전자·화공·토목·생물·화학·물리 등 폭넓은 분야의 고급 인재를 전국적으로 모아놓고 단기간 교육 훈련시킨 다음 올림픽에 빛나는 기능인력과 함께 엮어준다면 ‘북핵’보다 훨씬 막강한 ‘남핵’을 최단시간 내 탄두에 올릴 수 있다.

     

    대한민국 고유의 ‘무궁화’ 초전산 핵탄두를 정보기술 강국답게 증강현실 공간에서 실현하고, 실험하고, 개량한 다음 초정밀 제작도면을 홀로그램으로 형상화하고, 3차원 인쇄기로 찍어낸 다음 파괴역학, 구조역학, 유체역학, 열역학, 방사능 실험을 거쳐 부품별로 잘라서 전산수치 정밀가공에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수백 명의 고급 두뇌를 밀폐된 공간과 격리된 환경에서 사생결단 무기개발에 전력투구하게 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던 육군장성과 대학교수가 77년 전 ‘맨해튼’에서 만나 기적을 일으켰다.

     

    핵비확산조약(NPT: Non-Proliferation Treaty) 10조 1항을 보면 “각 당사국은 주권을 행사하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각 당사국은 동 탈퇴 통고를 3개월 전에 모든 조약 당사국과 UN 안보리에 행한다. 동 통고에는 동 국가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국가가 간주하는 비상사태에 관한 설명이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위적, 공개적, 한시적 핵무장을 공론화할 때다.

     

     

    10. 무궁화: 한라에서 백두, 그리고 만주까지

     

    대한민국의 핵폭탄 개발계획 ‘무궁화’는 국민 대다수의 지지와 최고통수권자의 결단으로 국내 11군데에서 크게 4단계를 거치게 된다. 1단계 원료물질 제조와 고폭장치 개발, 2단계 원자탄-증강탄-수소탄 제작, 3단계 수백 차례 초전산 모사실험과 2번의 지하 핵실험, 마지막 4단계 소형화와 다종화. 도면에서 탄두까지 국민과 함께하는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1단계에선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확보하고, 기폭장치와 고폭장약을 개발한다. 휘하에 5개 비밀시설과 설비가 있는데, 첫 번째 시설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데 방사능도 방사능이지만 독극물이라 작업자들이 취급하는데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 두 번째는 플루토늄 재처리 공장.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프랑스 모 회사 기밀해제 자료로부터 출발해 국내 굴지 화공 기술자들이 구수회의 끝에 한국형 초고속 재처리 시설을 6개월 만에 건설한다. 여기엔 세계 최강의 정보기술과 원격조종이 응용되어 지구 최초 무인 재처리 공장이 지하에 자리하게 되었다. 2층 건물 높이에 불과한 규모라 주적의 공격으로부터 절대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한다. 세 번째 우라늄 농축공장은 국내 유수 기술자들이 세계 최초로 레이저 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원심분리기 대비 500분의 1의 전력으로 30일 이내에 농축도 95%의 우라늄을 15㎏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 재래식 우라늄 폭탄 1발 제작 분량이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공장은 나란히 기폭장치를 개량하고, 고폭장치를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

     

    2단계에선 1단계에서 확보된 원료물질과 기폭장치를 조립하고 고폭장약을 배치하게 되었다. 여기엔 2개의 기밀시설이 나란히 자리하고 수백 명의 정예 정밀기계 기술자들이 원구형 내폭발 설계, 수백 명의 최정예 핵공학자들이 중성자 발생과 투입, D-T 발생 장치 제작에 총력을 기울인다.

     

    3단계에선 정밀 암반조사와 검토에 합격한 모처 산자락에 네 군데 고폭실험 지하갱도 굴착을 시작한다. 인근 골짜기에선 전자업계 최고 기술자들이 모여 첨단 계측제어 장비의 정상작동 여부를 최종확인하고 있다. 전자기파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시작품의 내구성과 신뢰도가 일품이다. 핵무기 성능이 슈퍼 시뮬레이션과 지하 핵실험으로 재확인되고, 성능 개량을 위한 대량 자료를 확보한다.

     

    4단계에선 소형화·경량화·규격화·다종화가 진행되고 운반체계·탑재체계·통제체계가 완성된다. 드디어 무게 555㎏, 지름 55㎝ 다탄두 탑재 탄도탄과 순항탄, 유도탄이 동시에 개발되고, 탄두 탑재 기술이 완성된다.

     

    나라꽃 무궁화는 6월에서 10월에 피고 진다. 한 그루에서 수천 송이가 핀다. 청초하며, 강인하다. 이젠 광화문 뜨락에 무궁화 필 무렵, 그 꽃이 한라에서 백두, 그리고 만주까지 뻗어 나가야 한다.

     

     

    ※ 각주

    1. V.C. Jones, Manhattan: The Army and the Atomic Bomb, Center of Military History, U.S. Army, 1985

    2. R. Serber, The Los Alamos Primer: The First Lectures on How to Build an Atomic Bomb,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Berkeley, CA, USA, DOI: 10.2307/j.ctvw1d5pf, 2020

    3. R. Rhodes, The Making of the Atomic Bomb, Simon & Schuster, New York, NY, USA, 1986

    4. R. Rhodes. Dark Sun: The Making of the Hydrogen Bomb. Simon & Schuster, New York, NY, USA, 1995

    위원
    서균렬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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